“36년을 기다렸는데, 이젠 희망이 없는 것 같아요”

입력 2020.06.17 (08:00) 수정 2020.06.17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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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미국으로 입양된 지 36년 만에 아버지를 찾아 소송을 건 카라 보스(한국 이름 '강미숙') 씨의 사연을 전해드렸죠. 소송 결과 보스 씨는 법적으로 아버지의 딸이라고 인정받았습니다. 36년을 기다려 온 아버지 앞에 딸로서 설 수 있게 된 거죠. 하지만 취재진에게 "어제 오전 아버지를 만났다."라고 전하는 보스 씨의 목소리는 어둡기만 했습니다. 도대체 그녀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KBS 뉴스 9] “엄마, 저 많이 힘들었어요”…해외 입양인 첫 친생자 소송 이겼다

■ "36년을 기다렸는데"…10분 만에 끝난 아버지와의 재회

카라 보스(한국 이름 '강미숙') 씨는 그제(15일) 오전, 서울 서초구의 한 변호사 사무실에서 아버지를 만났습니다. 드디어 아버지를 만난다는 생각에 설레는 마음을 담아, 아버지께 하고 싶었던 이야기도 서툰 한국어로 적어 갔습니다. 하지만 감동적인 재회는 없었습니다. 보스 씨와 아버지, 단둘이 만나 진솔한 이야기를 나눌 줄 알았는데 아버지가 경호원 두 명을 대동한 채 나타났기 때문입니다.

경호원과 함께 온 이유를 묻자, 아버지 측은 "혹시 언론이 취재하러 왔을 경우 이를 제지하고, 취재진에게서 보스 씨와 보스 씨의 아버지를 보호하기 위함이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사전에 '언론사와 동행하지 않고, 보스 씨와 아버지 둘만 만난다.'라고 약속까지 했는데도 경호원을 대동하고 나타난 아버지를 보고 보스 씨는 아주 속상했습니다. 하지만 어찌할 방법이 없어 아버지와 아버지의 경호원 2명, 보스 씨와 보스 씨의 변호사까지 5명이 한 자리에서 대화를 나누게 됐습니다.

하지만 이마저도 10분 만에 끝이 나고 말았습니다. 보스 씨는 "아버지가 상당히 적대적인 태도였다."라고 말했습니다. 아버지에게 "저를 아세요? 어머니에 대해 기억하세요?" 물었지만, 아버지의 답은 한결같았습니다. 보스 씨의 아버지는 "나는 당신을 모르고, 내 딸은 (당신을 제외한) 3명뿐이다. 나는 피 검사를 한 적도 없는데, 내가 왜 이곳에 와 있어야 하는지 모르겠다."라는 이해할 수 없는 말만 되풀이했습니다.

아버지는 보스 씨가 건넨 편지도 읽는 걸 거절했습니다. 마지막으로 보스 씨의 어린 시절 모습이 담긴 영상과 보스 씨의 자녀들, 그러니까 외손주들의 모습이 담긴 영상이라도 봐 달라는 부탁도 뿌리치고 떠났습니다.

■ 재판에서 이겼지만…"이제 희망이 없는 것 같아요."

보스 씨가 아버지를 만나 묻고 싶었던 것은 단 세 가지였습니다. 어머니에 대해 알고 있는지, 왜 자신이 버려져야 했는지, 아버지는 자신을 알고 있는지 말이죠. 하지만 아버지는 아무런 답을 주지 않은 채 더 이상의 만남을 거절하고 있습니다. KBS와의 통화에서 보스 씨는 "이제 어머니를 어떻게 찾아야 할지, 찾을 수는 있을지 아무런 희망이 없는 것 같다."라며 울먹였습니다. 보스 씨는 취재진에게 "재판에서 이겨 아버지의 자식으로 인정을 받았음에도 달라진 게 없다."라고 하소연했습니다. 여전히 아버지를 찾아가도 아버지를 만날 수 없고, 아버지의 연락처조차도 알아낼 수 없기 때문입니다.

금요일이 되면 카라 씨는 한국을 떠나 다시 네덜란드로 돌아가야 합니다. 아버지를 통해 어머니에 대해 알아내기는 어려워졌으니 이제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하지만, 막막하기만 합니다. 마지막으로 보스 씨는 취재진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제 남은 방법은 언론의 도움뿐입니다. 언론을 통해 제 이야기가 널리 알려져 어머니가 저를 찾아올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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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6-17 08:00:40
    • 수정2020-06-17 09:09:40
    취재K
얼마 전, 미국으로 입양된 지 36년 만에 아버지를 찾아 소송을 건 카라 보스(한국 이름 '강미숙') 씨의 사연을 전해드렸죠. 소송 결과 보스 씨는 법적으로 아버지의 딸이라고 인정받았습니다. 36년을 기다려 온 아버지 앞에 딸로서 설 수 있게 된 거죠. 하지만 취재진에게 "어제 오전 아버지를 만났다."라고 전하는 보스 씨의 목소리는 어둡기만 했습니다. 도대체 그녀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KBS 뉴스 9] “엄마, 저 많이 힘들었어요”…해외 입양인 첫 친생자 소송 이겼다

■ "36년을 기다렸는데"…10분 만에 끝난 아버지와의 재회

카라 보스(한국 이름 '강미숙') 씨는 그제(15일) 오전, 서울 서초구의 한 변호사 사무실에서 아버지를 만났습니다. 드디어 아버지를 만난다는 생각에 설레는 마음을 담아, 아버지께 하고 싶었던 이야기도 서툰 한국어로 적어 갔습니다. 하지만 감동적인 재회는 없었습니다. 보스 씨와 아버지, 단둘이 만나 진솔한 이야기를 나눌 줄 알았는데 아버지가 경호원 두 명을 대동한 채 나타났기 때문입니다.

경호원과 함께 온 이유를 묻자, 아버지 측은 "혹시 언론이 취재하러 왔을 경우 이를 제지하고, 취재진에게서 보스 씨와 보스 씨의 아버지를 보호하기 위함이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사전에 '언론사와 동행하지 않고, 보스 씨와 아버지 둘만 만난다.'라고 약속까지 했는데도 경호원을 대동하고 나타난 아버지를 보고 보스 씨는 아주 속상했습니다. 하지만 어찌할 방법이 없어 아버지와 아버지의 경호원 2명, 보스 씨와 보스 씨의 변호사까지 5명이 한 자리에서 대화를 나누게 됐습니다.

하지만 이마저도 10분 만에 끝이 나고 말았습니다. 보스 씨는 "아버지가 상당히 적대적인 태도였다."라고 말했습니다. 아버지에게 "저를 아세요? 어머니에 대해 기억하세요?" 물었지만, 아버지의 답은 한결같았습니다. 보스 씨의 아버지는 "나는 당신을 모르고, 내 딸은 (당신을 제외한) 3명뿐이다. 나는 피 검사를 한 적도 없는데, 내가 왜 이곳에 와 있어야 하는지 모르겠다."라는 이해할 수 없는 말만 되풀이했습니다.

아버지는 보스 씨가 건넨 편지도 읽는 걸 거절했습니다. 마지막으로 보스 씨의 어린 시절 모습이 담긴 영상과 보스 씨의 자녀들, 그러니까 외손주들의 모습이 담긴 영상이라도 봐 달라는 부탁도 뿌리치고 떠났습니다.

■ 재판에서 이겼지만…"이제 희망이 없는 것 같아요."

보스 씨가 아버지를 만나 묻고 싶었던 것은 단 세 가지였습니다. 어머니에 대해 알고 있는지, 왜 자신이 버려져야 했는지, 아버지는 자신을 알고 있는지 말이죠. 하지만 아버지는 아무런 답을 주지 않은 채 더 이상의 만남을 거절하고 있습니다. KBS와의 통화에서 보스 씨는 "이제 어머니를 어떻게 찾아야 할지, 찾을 수는 있을지 아무런 희망이 없는 것 같다."라며 울먹였습니다. 보스 씨는 취재진에게 "재판에서 이겨 아버지의 자식으로 인정을 받았음에도 달라진 게 없다."라고 하소연했습니다. 여전히 아버지를 찾아가도 아버지를 만날 수 없고, 아버지의 연락처조차도 알아낼 수 없기 때문입니다.

금요일이 되면 카라 씨는 한국을 떠나 다시 네덜란드로 돌아가야 합니다. 아버지를 통해 어머니에 대해 알아내기는 어려워졌으니 이제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하지만, 막막하기만 합니다. 마지막으로 보스 씨는 취재진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제 남은 방법은 언론의 도움뿐입니다. 언론을 통해 제 이야기가 널리 알려져 어머니가 저를 찾아올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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